[김용준 프로의 유구무언] 슬라이스가 고민? 멱살 잡듯 왼손 그립 바꿔라 (2) 스트롱 그립을 잡아라 고수들의 그립 왼손을 더 오른쪽으로 잡고 오른손 엄지·검지의 V자 홈 오른쪽 어깨와 일치시켜야 뉴트럴 그립은 '고생길' 임팩트 때 클럽페이스 열려 슬라이스에 악성 훅 다반사 탄도낮아 거리도 엄청 손해출처 한국경제 입력 2016.09.19 18:28 수정 2016.09.2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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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이드샷을 주 무기로 한다. 드라이버샷은 물론이고 아이언샷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아마추어 때는 슬라이스로 고생했다. 페어웨이 왼쪽 거의 끝을 보고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면 공은 오른쪽 끝에 떨어지곤 했다. 꾀가 있어서 겨우 살려가다가도 잠깐 방심하면 악성 슬라이스로 아웃 오브 바운즈(OB)가 나와 경기를 망치곤 했다. 프로 테스트에 두 번 떨어진 데도 슬라이스가 한몫 단단히 했다.
그런데 요즘은 멋진 페이드샷을 많이 날린다. 그립을 바꾼 덕분이다. 비결은 스트롱 그립이다.
예전의 나처럼 뉴트럴 그립을 하는 아마추어 골퍼가 많다. 간혹 이 그립으로 멋지게 해내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고생길이다.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뉴트럴 그립은 정답이 아니라고. 이유는 간단하다. 뉴트럴 그립으로는 임팩트 때 클럽 페이스를 공과 스퀘어로 만나게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팩트 할 때 양손은 어드레스 때 위치보다 10㎝ 이상 목표 쪽으로 나간다. 이때 뉴트럴 그립을 잡았다면 클럽 페이스가 무조건 열린다. 그러면서 온갖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보상 동작을 하지 않는다면 깎여 맞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슬라이스가 난다. 애초에 클럽 페이스를 닫고 어드레스하는 플레이어도 있다. 이러면 악성 훅이 나기 쉽다. 이른바 돼지 꼬리 구질도 선보일 수 있다. 어쩌다 스퀘어로 맞았어도 탄도가 낮으니 거리를 손해보기 마련이다. 10.5도짜리 드라이버를 닫아서 어드레스했다면 공과 만날 때 로프트 각은 5~6도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마이너스 각도가 되기도 한다. 드라이버샷을 할 때 공을 왼발보다 더 왼쪽에 놓고 치는 골퍼도 많다. 헤드가 이동할 시간을 벌어 최대한 스퀘어에 가깝게 맞게 하겠다는 의도다. 숙련되면 나름대로 쓸 만하다. 그런데 급해지거나 지쳐서 체중 이동이 잘 되지 않을 때는 확 잡아당기는 샷이나 토핑이 나오기 일쑤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왜 뉴트럴 그립을 잡는 사람이 많은지 궁금하다. 내 생각으로는 뉴트럴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뉴트럴은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람은 세 가지가 있을 때 가운데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심리학이 이미 확인했다. ‘중용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뿌리 깊은 한국에서는 더 그럴 수 있다. 처음 배울 때 뉴트럴과 스트롱, 위크 그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면 백이면 백 뉴트럴 그립을 고른다. 나도 그랬다. 뉴트럴이란 뭔가 점잖은 것이 아니라 그냥 이름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편견을 깨기 쉽다.
스트롱 그립을 잡는 방법은 왼손을 더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이다. 왼손 엄지는 샤프트 바로 위가 아니라 살짝 오른쪽에 둔다. 이렇게 잡으면 내려다볼 때 왼손 마디가 한 개가 아니라 두 개 또는 그 이상이 보일 것이다. 내 경우엔 두 개 반이 보인다. 당연히 오른손도 더 오른쪽으로 돌려 잡는다.
이때 오른손 엄지와 검지가 만드는 V자 홈이 오른쪽 어깨를 가리키도록 해야 한다. 오른손 V자가 오른쪽 어깨보다 더 오른쪽을 가리키면 그것은 스트롱 그립이 아니다. 이른바 ‘막 그립’이니 안 된다.
스트롱 그립을 잡는 법을 오래 기억하게 해주겠다. 왼손은 싸울 때 멱살을 잡듯이 하면 된다. 배우지 않았어도 멱살은 너 나 할 것 없이 스트롱 그립으로 잡는다. 본능적이다. 가장 적은 힘으로 빈틈없이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른손은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칼을 잡을 때처럼 잡으면 된다. 골프 클럽이 옆에 있다면 스트롱 그립을 잡고 임팩트하는 시늉을 해보길 바란다. 클럽 페이스가 공을 만나는 지점에서 스퀘어가 될 것이다.
실전에서는 더 반듯한 구질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정상급 선수들은 스트롱 그립을 선호한다. TV 중계 때 그립을 눈여겨보면 알 수 있다. 스트롱 그립을 잡는 선수가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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