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30년 동안의 해외교포 생활을 끝내고 2014년에 영주 귀국하여 대한골프협회의 경기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해외에서 아들에게 골프를 가르쳤던 골프대디였기에 미국과 유럽의 주니어 골프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어떤 스윙을 가지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선수들은 그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고, 우리의 훈련방법이 올바른 것인지 생각해 보고 싶다.
소림사의 골프스윙
경기위원으로서 ‘스타터’라는 임무가 있는데 1번 티에서 선수의 이름을 불러 시간에 맞춰 첫 티샷을 진행하는 일이다. 국가대표를 포함한 우리나라 엘리트 아마추어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아마추어 대회에서 모든 선수들의 스윙을 볼 수 있는 위치이다. 필자가 첫 번째 대회에 참석했을 때 스타터의 임무를 맡아 일하면서 놀라웠던 사실이 있었다.
시합에 참가한 남녀 선수들 모두 멋지고 아름다운 스윙을 가지고 있었고, 아무런 결점도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대회라면 눈에 거슬리는 이상한 스윙을 하는 선수도 많은데 우리 선수들은 기계로 찍어낸 듯한 똑같은 스윙을 했다. 무술의 세계라면 모든 선수가 소림사의 정통무술을 배우고 하산한 느낌이었다.
이에 필자는 그들의 똑같은 스윙을 ‘소림사의 골프스윙’이라고 부르곤 한다. 소림사는 무술의 최고 정통파이고, 무림을 주름잡았던 많은 영웅들을 배출했으니 소림사의 골프스윙도 골프계를 제패할 수 있을까?
최고 정통파의 스윙
미국 PGA 선수들이 투표로 뽑은 최고 스윙의 선수는 루이 우스트헤이젠이었다. 우리나라 골프팬들이 투표를 하면 애덤 스콧이나 타이거 우즈가 뽑힐 것으로 추측된다. 어쨌든 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통파이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골프계를 독점적으로 지배하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의 골프계에서는 정통파가 아닌 변형된 많은 스윙들이 끊임없이 도전하여 번갈아 최고가 되고 있다.
현재 미국 골프의 대세이며 미국 라이더컵 대표로 뽑힐 것이 확실시되는 1993년생 동갑내기 골퍼 리스트에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마스, 브라이슨 디셈보가 있는데 그들의 스윙은 소림사의 스윙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 체력에 맞게 변형된 스윙을 가지고 등장했다.
무당파의 최경주, 아미파의 박인비
무술세계에는 소림사와 경쟁하는 9개의 계파가 있었는데 모두 다른 종류의 무술을 연마하여 걸출한 영웅을 탄생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남자선수는 최경주인데 그의 스윙은 소림사 정통파와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소림사 골퍼들이 그를 넘지 못했다. 소림사의 스윙이 아닌 선수들을 필자는 ‘무당파’ 또는 ‘화산파’ 등으로 부르는데 최경주는 무당파의 최고수로 인정해야 한다.
여자선수 중 최고수는 박인비인데 그의 스윙을 보고 소림사의 정통스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여자 무술의 총본산인 아미파의 최고수이다. 주타누간이나 렉시 톰슨도 역시 아미파이다.
우리나라 남자골퍼들 중에서 최고의 스윙을 가진 선수를 뽑으라면 필자는 허인회에게 투표한다. 그는 소림사에서 가르치지 않았던 스윙을 가지고 나왔으니 그를 화산파의 최고수쯤으로 인정해야 한다. 코치들이 그의 스윙을 소림사의 스윙으로 바꿔주려고 애를 썼을 텐데 끝까지 자기의 스윙을 지킨 점을 높게 평가한다. 현재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지만 당대 최고의 스윙을 가졌다는 것을 허인회 본인이 인식하고 자신감을 가진다면 화산파 장문인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지난주 한국 오픈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최호성 역시 ‘곤륜파’의 변형된 스윙을 가지고 나왔다. 그는 46세에 출전하여 20년 이상 젊은 선수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소림사 정통 스윙으로 무장한 젊은 선수들은 곤륜파의 최고수를 쉽게 제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