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해용의 행복골프]골프를 왜(why) 하는가?

이웅희입력 2022. 11. 29. 10:06

 

 

 

 

딸 곽보미 프로와 함께 한 곽해용 칼럼니스트.

[스포츠서울] 『Start with why』 저자 사이먼 시넥은 우리가 살아가는 가치 판단의 나침반으로 ‘골든 서클(Golden circle)’을 소개한다. 골든 서클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what-how-why의 3개 서클(원)로 구성된다. 대부분 회사와 조직은 현재 그들이 ‘무엇을(what)’, ‘어떻게(how)’ 하는지는 잘 알지만, 정작 자신이 이 일을 왜(why) 하는지 그 목적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 성공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why’부터 출발하며,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개념부터 먼저 정립하면 오래도록 성공이 유지될 수 있다고 이 책에서 말한다.

골프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떻게(how) 더 잘해보려는 욕심만 앞서고, 라운드 결과(what)에 너무 집착하여 재미없는 좌절과 자책만 반복하면서 골프가 주는 진정한 즐거움과 기쁨은 간과하지 않은지. “골프를 왜(why) 하는가”라는 초심(初心)조차 잊지나 않았는지 곰곰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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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자녀를 프로선수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과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그들은 예전의 나처럼 대부분 너무 힘든 여건들에 대해 호소한다. 그런데도 왜 골프를 시키는지 이유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자녀가 골프를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분명 다르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세상일이 어찌 그리 쉬울까. 그래도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 또 처음에는 좋아서 잘하다가도 오래 지나다 보면 싫증이 나거나 지겨울 때도 온다. 어쩌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현재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거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그래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라고 말해준다. 장애물만 바라본다면 쉽게 지친다. 지치면 지는 거라고. 미쳐야 이기는 거라고 응원한다.

골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이유도 다양하다.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서, 특별히 재미를 못 느껴서, 운동 효과도 별로 없고 제대로 실력이 늘지 않아서 등등.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굿~샷! 나이스 샷!”이라며 나를 연신 격려해주어서, 소풍 가는 기분이라서, 만나고픈 이들과 운동-목욕-식사까지 이어지며 오랫동안 볼 수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라서, 골프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느낄 수 있어서 등등. 이 또한 다양하다.

올해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정기적으로 골프장을 찾는 친구의 부모님이 계시다. 친구는 물론 손주들과 함께 라운드를 즐기는 이분들은 분명 골프의 마니아다. 군대에서 장군으로 예편한 아흔 넘은 선배분도 후배들과 아직 원기 왕성하게 매주 골프를 즐기신다. 80대보다 더 청춘이다. 이들은 이미 생활 속에서 습관이 되어버린 골프 때문에 여전히 건강하게 즐거운 삶을 누리고 있다고 믿는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할 비용을 골프에 일찌감치 투자한 덕분이리라.

답답한 아파트 군락에서 빠져나와 비밀의 숲 속으로 나들이를 나선다. 고지를 하나하나 점령하듯 앞으로 진격 또 진격하면서 일상의 긴장감을 이곳에서 풀어버린다. 한 홀을 지날 때마다 이런저런 실패와 위기, 절제와 균형도 살짝살짝 맛본다. 라운드가 끝나면 그 후련함과 상쾌함에 또 한 번 다음 기회를 기대해본다. 너무 쉽지 않아서 매번 도전하게 만드는. 그게 골프다!

기업이나 개인이 오랫동안 성공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자신만의 why가 있어야 한다고 하듯, 골프나 지금 하는 일이 잘 안 풀리고 괜히 혼자서 마음의 늪에 빠져 허우적댈 때는 가끔 “왜 골프를 하는가?” “왜 이 일을 하는 거지?” 자신에게 화두(話頭)를 한번쯤 던져 볼 필요가 있다.
곽해용 칼럼니스트·곽보미 프로 아버지

 

딸 곽보미 프로와 함께 한 곽해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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