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직립의 힘은 발바닥 '가로 아치'에 있었다
곽노필 입력 2020.02.29. 08:06
인간이 지구 생태계의 맨꼭대기에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두 발로 다니는 직립이 큰 역할을 했다.
연구진이 밝혀낸 단단한 발 힘의 원천은 발의 아치, 그 중에서도 가로 아치 구조였다.
그 결과 가로 아치가 발의 힘에 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걸 알아냈다.
연구진은 새로 드러난 가로 아치 구조의 역할이 좀 더 좋은 신발과 좀 더 튼튼한 2족 보행 로봇을 설계하는 데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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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만년 전 진화한 것으로 추정
아치 발바닥 구조는 인간이 유일
인간이 지구 생태계의 맨꼭대기에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두 발로 다니는 직립이 큰 역할을 했다. 네 발 동물과 달리 두 팔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의 발은 영장류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아치형 구조를 갖고 있다. 수십kg의 체중을 떠받치면서 오랜 시간 걷고 달릴 수 있게 해주는 두 발의 힘은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
미국 예일대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일본 공동연구진은 26일치 과학저널 <네이처>에서 베일에 싸여 있던 발의 힘의 비밀을 파헤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밝혀낸 단단한 발 힘의 원천은 발의 아치, 그 중에서도 가로 아치 구조였다. 발에 가로 아치를 만들어주는 뼈는 거골하관절(Subtalar Joint)이다. 몸의 방향을 조절하는 데도 중요한 관절이기도 해서 `인체의 핸들(스티어링 휠)`이라고도 부르는 뼈다.
사람이 걷거나 달릴 때 발 앞꿈치로 땅을 미는 힘은 자기 몸무게의 몇배나 된다. 그러나 이렇게 큰 힘을 받음에도 사람의 발은 굽거나 찌그러지지 않고 원래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다. 과학자들은 그 단단한 발 힘의 비결이 발 뒤꿈치에서 앞꿈치에 이르는 세로 아치 발바닥 구조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아치 구조는 스프링처럼 작동해 힘과 유연성을 동시에 유지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에는 앞뒤를 잇는 세로 아치만 있는 건 아니라 발 중간 지점을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아치 구조가 있다. 연구진은 그동안 간과해온 이 가로 아치 구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발의 모양을 본뜬 모형과 죽은 사람의 발, 멸종된 인간 조상, 사촌격인 호미닌의 화석 등을 이용해 비교 실험했다. 그 결과, 단단한 발 힘의 주된 원동력은 세로 아치보다 가로 아치 구조에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를 지폐에 비유해 설명한다. 예컨대 1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한쪽 끝을 잡고 있으면 지폐는 힘없이 아래쪽으로 늘어진다. 그러나 엄지손가락으로 가운데 부분을 눌러 곡선 형태를 만들면 지폐가 빳빳하게 똑바로 선다. 이번 연구를 이끈 마두수단 벤카데산(Madhusudhan Venkadesan) 교수는 “발에서도 이런 식의 기제가 작동한다”며 “발에는 많은 조직과 구조가 있어 지폐처럼 단순하지는 않지만 원리는 같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수학적 분석과 실험을 통해 발의 휨 구조가 단단한 힘을 내게 되는 원리를 파악했다.
연구진은 이어 발 모양을 본뜬 모형을 만들어 아치의 힘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가로 아치가 발의 힘에 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걸 알아냈다. 이어 죽은 사람의 발 실험을 통해, 가로 아치가 발 힘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것을 계산해냈다. 가로 아치의 인대를 잘라냈더니 발 힘은 40% 이상 감소했다. 반면 세로 아치에 걸쳐 있는 발바닥 근막을 절단한 뒤에는 발 힘이 23%만 감소했다. 연구진은 물론 아치 구조만이 발의 힘을 결정하는 변수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366만년 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발에 명확한 세로 아치가 없는데도 어떻게 현대 인류와 같은 발자국을 남길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고인류 화석들의 가로 아치 곡률을 측정해 비교한 결과를 토대로, 현생 인류와 같은 가로 아치는 호모속이 출현하기 150만년 전인 350만년 전에 진화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세로 아치 구조만을 들여다본 데서 생긴 통념을 깼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새로 드러난 가로 아치 구조의 역할이 좀 더 좋은 신발과 좀 더 튼튼한 2족 보행 로봇을 설계하는 데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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